유튜브 채널, 처음 켜기 전에 정하면 두고두고 편한 것들

채널부터 만들고 '뭐 올리지'를 고민하면 늦습니다. 두 번 갈아엎고 나서야 깨달은, 시작 전에 30분만 정해두면 좋은 다섯 가지.

전략가 J··2분 읽기
유튜브 채널, 처음 켜기 전에 정하면 두고두고 편한 것들

고백부터 하자면, 저는 유튜브 채널을 세 번 만들었습니다. 정확히는 두 번 갈아엎고 세 번째에 겨우 자리를 잡았어요.

첫 번째 채널은 "일단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너무 곧이곧대로 믿어서 망했습니다. 채널을 덜컥 만들고, 카메라를 켜고, 그날 떠오른 걸 찍어 올렸죠. 그게 한 3주쯤 가더라고요. 그러다 어느 날 업로드 화면 앞에서 멍해졌습니다. "내가 이 채널을 왜 하고 있더라?" 다음 영상 주제가 안 떠오르는 게 아니라, 애초에 이 채널이 뭘 하는 곳인지 나조차 설명을 못 하더란 거예요.

그래서 오늘은 거꾸로 가는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채널을 만들기 전에, 30분만 아래 다섯 가지를 정해두자는 거예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나중에 콘셉트가 흔들릴 때 — 그리고 반드시 흔들립니다 — 돌아올 기준점이 되어줍니다.

1. "모두"를 버리고 한 명을 고르세요

처음엔 누구나 욕심을 냅니다. 더 많은 사람이 보면 좋으니까, 자연스럽게 폭을 넓히죠. 근데 신기하게도 "모두를 위한 채널"은 결국 아무도 안 봅니다.

왜냐면 사람은 "나한테 하는 말" 같을 때 멈춰서 보거든요. 그래서 저는 채널을 다시 시작할 때 종이에 딱 한 사람을 적었습니다. "퇴근하고 부업으로 유튜브를 해볼까 고민하지만, 카메라 앞에 서기는 부담스러운 30대 직장인."

이 정도로 구체적이면, 영상 하나하나가 "이 사람이라면 클릭할까?"라는 질문으로 검증됩니다. 막연한 '시청자'가 아니라 얼굴이 있는 한 명이 생기는 거죠.

2. 그 사람의 어떤 문제를 풀어줄 건가

타깃을 정했으면, 그 사람이 검색창에 뭘 칠지 상상해봅니다. 사람이 영상을 보는 이유는 사실 셋 중 하나예요.

  • 몰라서 답답한 걸 알고 싶거나 (정보)
  • 시간이나 수고를 아끼고 싶거나 (효율)
  • 그냥 심심한 시간을 채우고 싶거나 (재미)

여기서 중요한 건, 셋 중 하나를 분명히 고르는 것입니다. 욕심내서 "정보도 주고 재미도 주는" 채널을 하겠다고 하면, 둘 다 어중간해지기 쉬워요. 저는 첫 채널에서 이걸로 한참 헤맸습니다.

3. 한 문장으로 채널을 설명해보세요

이제 1번과 2번을 합쳐서 빈칸을 채워봅니다.

"이 채널은 ___한 사람에게 ___를 준다."

이 문장이 술술 나오면 준비가 된 거고, 자꾸 말이 길어지거나 "어... 그러니까..." 하면서 더듬으면 아직 아닌 겁니다. 솔직히 저는 이 한 문장 만드는 데 며칠 걸렸어요. 근데 그 며칠이, 나중에 영상 100개를 헛으로 안 만들게 해주는 시간이었습니다.

4. 처음 10개의 제목을 미리 적어보세요

기획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말로는 안 드러납니다. 제목 10개에서 드러나요.

머릿속으론 "이 주제 무궁무진하지" 싶었는데, 막상 제목을 적어보면 3개에서 막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럼 주제가 좁은 거예요. 나쁜 신호가 아니라, 지금 알게 돼서 다행인 신호입니다. 채널 만들고 영상 3개 찍은 다음에 깨닫는 것보다 백 배 낫죠. 막히면 범위를 넓히거나, 인접한 다른 주제로 살짝 트세요.

5. 한 편 만드는 시간을 현실적으로 재보세요

마지막이 제일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콘텐츠가 아무리 좋아도, 한 편 만드는 데 너무 오래 걸리면 못 버팁니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산수의 문제예요. 주말 이틀을 통째로 갈아넣어야 한 편이 나온다면, 그 채널은 두 달을 못 갑니다.

그래서 시작 전에 한 편 시뮬레이션을 해보길 권합니다. 기획부터 업로드까지 몇 시간이 드는지 실제로 재보세요. 너무 길면, 그걸 줄이는 게 다음 숙제입니다. (이 얘기는 영상 한 편 만드는 데 하루가 다 간다면에서 따로 풀었어요.)


다섯 가지를 다 정했다면, 이제 진짜로 채널을 켜도 좋습니다.

시작이 30분 늦어지는 것처럼 느껴질 거예요. 근데 제 경험상 이게 제일 빠른 길입니다. 저는 이걸 몰라서 채널을 두 번 갈아엎었고, 그 시간이 30분의 수백 배였거든요. 당신은 한 번에 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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